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#homebody 앨리스언니 2020 두바이

[한국 생활] 슬기로운 자가격리 생활 in 한국

한국에 돌아왔습니다.

두바이를 정리하는 동안 블로그를 잠시 멀리 했었네요. :)

지금은 해외 입국자 신분으로 자가격리 기간을 보내고 있습니다.

개인적으로 가족과 가족들의 사회관계에 피해를 주게 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, 그래서 오롯이 혼자서 지낼 수 있는 곳에서의 격리 생활을 결정하고, 지내는 중에 그간 멀리 했던 블로그가 떠오르더군요 🙈ㅎㅎ
이곳은 인천공항으로 입국 해서 다시 버스를 타고 5시간을 달려야 올 수 있는 곳입니다. 

가방 함께 들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했습니다🙇‍♀️

 

이모가 계시는 시골집으로 내려와 격리 생활하는 이야기, 짧고 평범한 개인적 기록 입니다.

찌르라기 소리 들으며 잠들고, 새소리, 닭 울음소리 들으며 눈뜨는 일상. 커피 마시며 멍 때리다가 길냥이들 이랑 눈싸움하면서 시간 보내는 2주의 시간. 새벽 4시까지 ocn에서 편성한  내 취향과 무관한 지나간 영화들 그냥 보기, 하루에 혼술 맥주 3캔은 넘기지 말자고 다짐하고 , 조절해서 딱 2캔까지만 마시는 심야시간. 😏

왠지 스스로 맹수인줄 아는듯 ?😂🐯어흥

 

화려한 곳은 아니지만, 시골 할머니님께서 아주 오래 쓰셨을법한 자개 장농, 마당 한켠 작은 화단, 나무 마루, 작은 뒷마당 장독대, 바람결에 옆집 아궁이에 불 때는 냄새가 풍겨 오는 아담하고 아늑한 집입니다. 

오미자주 😂 그리고 자개장농 귀엽지 않나요?^^

 

 

시골집에 제일 먼저 도착했던 나를 당황하게 했던 것은, wifi가 바로 끊겨 버린 상황이었습니다, 개인 격리 주소로 옮기기 전에 공항부터 격리시설에 오기까지 이동하며 무리 없이 잘 작동하던 포켓파이는 조금의 자비 없이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끊어져 버렸습니다, 갑자기 온 가족과 연락이 안 되면서 아주 잠깐 어른들께 걱정을 드린 해프닝이 있었습니다.
다행히, 그리고 당연히 안전거리 유지와 마스크, 손소독제 써 가며, 가족의 도움을 받아 한국 폰 심카드도 새로 생겼고, 지금은 무제한 데이터의 은혜로움 아래 행복하게 빠른 인터넷을 맘껏 누리고 있습니다.

이틀 동안 인터넷 없이 생활하면서 불편했던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. 자가 격리 앱에 내 상황을 업데이트 못한다는 점. 그뿐이더라고요, 괜히 인터넷 없어서 생긴 해프닝때문에 자가진단 업데이트 안 해서 격리기간이 늘어나면 어쩌지? 아님 내 얼굴도 뉴스에 뜨게 되려나? 이런 상상도 생겨날 때쯤. 나보다 더 내 걱정으로 심장이 두근거리고 마음이 급해지더라는 이모의 덕분으로 서둘러 한국번호를 살리고, 성실하고 착한 격리자로서 바로 담당자분께 연락을 드리고 나서야 우리 모두의 마음에 평안함이 찾아왔습니다. 🙈

아주 짧게 인터넷이 없으니 없는 대로 주변을 살펴보게 되고, 나름의 시간 보낼 거리들이 소소하게 널렸더랬습니다. 유튜브 대신 하늘의 구름도 보게 되고, 음악 대신 매미 소리랑, 찌르라기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고, 매일 거미줄을 새로 치는 거미가 나보다 부지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. 시골에 있는 거미는 정말 굉장하게 거미줄을 매일 쳐댑니다. 

아주 오랜만에, 소파에 앉아 TV 리모컨을 이리저리 돌리기를 몇 번 했을 뿐인데, 밤이고, 곧 새벽이고, 순간 , 그러다 지난 4월이 생각났습니다. 두바이 lock down 기간 동안 8시간 동안 무기력하게 유튜브만 보며 침대에서 뒹굴었던 어느 날의 기억이 떠올랐어요😶,,.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그나마 나은 걸까요?🤔
대문 까지는 아담한 화단과 마당이 있어서 아침 운동을 하거나, 이불을 햇볕 샤워시키고 싶을 때 널어놓기에 적당 하거든요,

냉장고에는 이모가  손수 준비 해 두신 밑반찬과 신선한 식재료들이 가득가득 차 있습니다.
그래서 며칠사이 건강하게 먹고 살이 쪄버렸네요 ,,, ,,,
3분 요리가 없으니 반강제로 나 홀로 삼시 세 끼, 여름방학, 찍고 있습니다. 격리지로 들어오고 나서, 3일쯤 지나고 나니 구호물품을 보내 주셨습니다.
햇반, 라면, 참치 통조림 그리고 짜장, 카레, 사골곰탕 3분 요리들 🤗

감사한 구호물품 박스👍


두바이에서 격리하는 상황이었다면 바로 열어서 간편 조리했을 테지만, 이모가 정성 들여 준비해주신 꽉 찬 냉장고를 비워야 된다는 책임감 때문에 3분 요리들과도 거리두기 실현 중입니다 🙈😂

이 글을 올리고 나서부터는 조금은 신경 써서 상차림 사진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습니다. 설거지거리가 늘어나는 것이 몹시도 거슬려서 식사시간에 사용되는 그릇들을 최소화했던 것이 사진도 남기지 않는 것으로 이어지네요, 뭔가 화려하고 차려진 게 많은 상차림을 만났을 때 사진을 남기고 싶어 지는 것이 사실이긴 하니까요 😋
하지만 마음이 조금 바뀌었습니다. 소박한 상차림도 남겨 보고 싶네요. 저만의 기록이고 기억이니까요.

유튜브를 해볼까요?🙈🤭

 

심심한 일기 같은 이 포스팅을 읽으며 저의 격리기간의 기억을 함께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. 

격리생활 없던 우리 일상이 내년엔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네요.